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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추’ 아니믄 용돈벌이 헐 때가 없어

woo2park 2008. 10. 30. 10:04

할머니, 다짜고짜 홍보 해달라신다
해초에 자란 4월 초물 ‘부추’가 최고

 

 

“홍보 좀 해줘!”

 

엥, 답답한 노릇이다.

할머니, 다짜고짜 홍보 해달라신다.

뭘 홍보해달라는 건지….

 

“늘근 사람덜만 사는 여그에 뭐가 이껏써? 우리 꽃섬이야 부추 바께 더 이써?”

 

부추(솔) 말씀이시다. 28가구 30여명 사는 곳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 젊은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야 보이지 않는 섬, 특산품 ‘부추’. 특산품이라 해봐야 적은 양이 나올 텐데 판로가 어려운가 보다. 연로해 농사짓기도 힘들 텐데 용돈벌이로 움직이신단다.

 

해풍에 자라는 부추는 약초란다.

 

초물 ‘부추’는 약, 두 번째는 안 팔려 걱정

 

- 하화도 부추 유명하잖아요. 그런 부추가 안 팔려요?
“유명이야 허지. 그란디 이거시 초물에만 폴리고 두 번째 부터는 안 폴링께 글지.”

 

- 고거시 뭔 소리다요?
“부추는 추울 때 싹이 오르는 초물이 최고여. 2월에 씨 뿌리고, 4월에 거둔 초물은 약이 된다고 판로 걱정은 업써. 그란디 두 번째 수확허는 거슨 잘 안 팔리니 그러지.”

 

부추도 초물이 좋은가 보다. 녹차 만들 때 처음에 따는 잎을 작설이라 하더니 그것과 흡사하다. 하기야 추운 겨울을 이기고 오른 싹이니 오죽할까.

 

- 그런데 어찌 알고 홍보해 달라 그런 거죠?
“사진기를 가꼬 댕긴께 글지. 기자들이 우리 꽃섬에 와서 사진 찌거는 가는디 부추 이야기는 쏙 빼고 나온단 말이어. 다른 거보다 부추가 나와야 우리에게 좋을 거신디…”

 

- 두 번째 부추는 어떻게 팔아요?
“두 번째는 잘 안 폴려. 그란께 헐수업씨 두물 멕이려고 초물부터 상인에게 �겨. 사람들이 주문해 폴믄 더 나시(좋은 가격) 바들 거신디. 여그는 컴퓨터도 업꼬, 인터넷인가 뭔가 허는 것도, 하는 사람이 업쓴께, 전화 주문으로 밖에 폴 수가 업써.”

 

꽃섬, 하화도 마을 풍경.

부추 꽃.

부추 씨앗.

 

“부추 아니믄 용돈벌이 헐 때가 업써!”

 

요즘 섬에도 인터넷 장터가 개설돼 직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컴퓨터도 없고, 하는 사람도 없는 섬 화화도. 웃음이 나온다.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인터넷 직거래는 애시 당초 생각할 수가 없다.

 

- 연세가 많아 농사짓기 힘들 텐데 아직 농사짓나요?
“아그들이야 농사 그만지어라 허지. 힘든디 뭘라고 짓냐 글지. 용돈이나 마니 주고 농사짓지 말라믄 누가 허나? 용돈이 아쉬운께 글지. 부추 아니믄 용돈벌이 헐 때가 업써.”

 

- 부추는 얼마에 파는데요?
“초물은 한 다발에 2,000~2,500원허고, 두 번째 거슨 1,500원, 글고 1,000원 그래. 갈수록 갑시 떠러져.”

 

애개개. 값이 아주 싸다. 몇 만원 하는 줄 알았다. 전화 주문 받아 택배로 보내더라도 부추 값 보다 택배비가 더 나올 것 같다.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팔려고 애를 쓰시는 할머니가 안쓰럽다.

 

- 꽃섬 부추 자랑 좀 하세요?
“농약 안 쓰고, 바닷바람에 자라 약이 돼. 꽃섬 부추는 약초여 약초. 우리 꽃섬 부추 야그 꼭 해줘야 써!”

 

단단히 오금을 박으신다. 빚진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이 글을 올린다.

 

‘할머니 나 글 올렸소~ 잉!’

  

집 입구 텃밭에도 부추가 자란다.

출처 : 알콩달콩 섬 이야기의 블로그
글쓴이 : 임현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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